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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대화 2 -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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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72회 작성일 22-09-27 17:59

본문


 

 

무위의 대화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인다.

 

1)

최근 교육 진행을 위해 프로그램 관련 회의를 할 때였다여러 가지 문제로 프로그램을 함께하지 않겠다고 한 선생님이 다시 하겠다고 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그러다보니 그 선생님 이야기가 답답하게 들린다심지어 이미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내일 모집 광고만 하면 되는 프로그램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애가 탔다


하지 않겠다고 해서어쩔 수 없이 직접 기획해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감정적으로 억울하다는 생각이 올라와서 그런지 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런데도 그 선생님은 자신의 의도를 차분하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야기를 듣는 나의 태도가 자각되었다그 선생님을 바라보는 의심의 눈빛과 못마땅하다는 표정에 몸은 뒤로 약간 젖혀져 있는 모습이었다이제는 그분의 이야기가 불편하기보다 나의 눈빛과 표정태도가 더욱 불편하게 다가왔다 전환의 순간이었다나의 눈빛과 태도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어떻게 보면 끈질기게 하는 것과나의 태도에 대한 스스로의 불편함과 성찰이 만나 나는 그 순간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랬더니 그 사람의 마음이 들렸다고 할까그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왔다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위해 봉사하면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저분이 말이 바뀐 것 같지만실은 함께하고 싶은데 그동안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구나그런데 지금은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함께 하시겠다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그분에게 마음을 내가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나의 억울함을 내려놓고 눈빛과 태도를 바꾸고 그분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소중하면서도유쾌한 경험이었다.

 

 

2)

그러고 보니 그 선생님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아내와 대화할 때 아주 가끔 아내가 따져 묻듯이 그건 왜 그렇게 했냐고 하면서 나를 비난하듯이 이야기 할 때가 있다물론 아내는 비난할 뜻은 없었지만내가 듣기에 그렇게 들린다는 것이다예전 같으면 나도 아내에게 항변하듯 함께 맞서 싸웠을 거지만그렇게 해 봐야 본전도 못 찾고관계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것임을 여러 차례 경험했던 바라 늘 경계하는 부분이다.

 

아내에게 감정에 북받쳐 큰소리를 내지 않고비난하지 않고대신 최대한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다그 이야기가 아내에게 닿지 못한다고 해도 그러한 태도가 관계를 유지하고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고후회도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이야기와 아내의 이야기가 서로 공명하기라도 한 듯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다시금 나와 너의 경계는 사라지고 하나가 되어 있다.


때론 대화가 기차 레일처럼 평행선을 달릴 때가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하지만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닿지 못하는 철길이라 생각지 않고 끊임없이 닿길 바라는 마음이 그렇게 나란히 함께 길을 걷게 하는 것은 아닐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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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무위당대화학교에서 만났던 무위당 선생님의 작품이다허수인(虛受人)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인다라는 뜻이다이 말은 주역 택산함괘  나오는 말이다.


   山上有澤咸   君子   以虛受人 

    (산상유택함  군자  이허수인)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괘이다.

   군자는 비움으로써 타인을 받아들여야 한다.

 

함(咸)은 모두하나라는 뜻이며 동시에 서로 소통하고 감응한다는 것이다. 

함괘의 6효는 감응의 단계를 인체를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초효는 엄지발가락, 2효는 장딴지, 3효는 허벅지, 4효는 심장, 5효는 등상효는 뺨과 혀를 이야기 한다.


   九五,  咸其脢,  无悔

    (구오, 감기매,  무회)

   구오는 등에서 느끼어 교감하니

   후회함이 없다.

 

그 중에 등으로 감응한다는 의미가 주역에 나와 있어 놀랐다그리고 등에서 감응해야 후회가 없다고 한다등으로 감응한다는 이야기는 내 경험으로 미뤄보면 자세를 바로 하고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만약 그 선생님과 또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나의 자세를 자각하지 못하고나의 억울함이나 감정을 내려놓지 못했다면나는 여전히 옳은 사람억울한 사람괜찮은 사람으로 있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로 있든지아니면 나의 감정적인 말과 무례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든지깨어진 관계로 인해 마음에 상처가 있을 것이다.

 

대화는 나와 너를 만나는 시간이다하지만 때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느라우위를 논하느라나를 높이느라... 나만 있고 너를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너에게 닿기 위해서또한 배우고 넓어지기 위해서그리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꼭 그것이 아니어도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허리를 곧추 세우고 나를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2022927

글.박도선/무위당대화학교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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